About
비 오는 밤 우산 없이 걷는 소년의 뒤를 말없이 따라가다, 그 소년이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데 이른다. 미니멀한 어쿠스틱 기타와 따뜻한 피아노, 느린 드럼이 빗소리처럼 조용하게 깔린다. 우산을 씌워 주고 싶던 마음의 속내를 들여다보게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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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redits
- Artist
- Nemotree · Project group
- Label
- NEO Records
- Release
- 2026.10.09
- Length
- 5:03
- Format
- Single
℗ 2026 NEO Records
Lyrics
비 오는 밤
우산 없이 걷는 소년이 있어
왜 우산도 없는데
저렇게 천천히 걷고 있을까
비 맞는 걸 좋아하나
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
피하지 않는 사람은 가끔
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니까
갈 곳이 없나
그래서 저렇게 천천히 걷나
빨리 도착해도
괜찮은 곳이 없는 걸까
비 맞는 것도 못 느낄 만큼
다른 게 더 괴로운 걸까
차가운 건 하늘이 아니라
이미 그 애 안에 있었던 걸까
소년 자체가 비가 된 것 같아
다가서서 우산을 씌워주는 것도
허락되지 않을 것 같아
그 애는 젖고 있는 게 아니라
조용히 흘러내리는 중이었어
나는 손을 뻗는 대신
조금 떨어진 곳에서
같은 비를 맞으며
그 애 뒤를 걷고 있었어
묵묵히 뒤를 따라 걸어봤어
혹시 네가 멈추면
나도 멈출 수 있게
혹시 네가 무너지면
그때는 조금쯤
가까이 가도 될 것 같아서
하지만 너는
넘어지지도 않고
돌아보지도 않고
비처럼
계속 내려가고 있었어
비를 피할 처마도
불 켜진 창문도
누가 기다리는 문도
없는 사람처럼
젖은 운동화는
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
밤은 네 어깨 위에
조금씩 더 내려앉았어
소년 자체가 비가 된 것 같아
다가서서 우산을 씌워주는 것도
허락되지 않을 것 같아
너는 젖고 있는 게 아니라
오래전부터 흘러내리는 중이었어
나는 너를 데려오지 못하고
구하지도 못하고
그냥 네 뒤를
끝까지 걷고 있었어
어쩌면 내가 비일지도
어쩌면 내가 소년일지도
멀리서 따라간 줄 알았는데
사실은 오래전부터
내 안을 걷고 있던 건지도
우산을 씌워주고 싶었던 건
너를 위해서가 아니라
젖고 있는 나를
못 본 척하고 싶어서였는지도
어쩌면 내가 비일지도
어쩌면 내가 소년일지도
나는 너를 따라간 게 아니라
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한 건지도
비 오는 밤
우산 없이 걷는 소년이 있어
그 애가 지나간 자리마다
밤은 조금 더 젖어 있었고
나는 끝내
이름도 묻지 못한 채
내가 된 비를
조용히 맞고 있었어








